심심한 이야기/쉬어가는날

꽃 관련 시, 흔들리며 피는 꽃 - 도종환

수민슈 2022. 5. 8. 21:3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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흔들리며 피는 꽃 ,

도종환



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
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
다 흔들리며 피었나니
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
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

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
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
다 젖으며 피었나니
바람과 비에 젖으며
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

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꽃 중에야 흔들림 조차 모르고
젖어 본 적도 없이 자라는 것들도 있겠지만
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곧게 세우고
온 몸이 다 젖어도
그 중에서 자신을 키워 나가는 법을 아는 꽃들이 더 아름답듯이
흔들림 속에서 피우는 生과 사랑이더 아름답게 보인다

지금 우리의 삶에
몰아치는 광풍과 비바람, 아니 눈보라가 있다 해도
견디어 낸다면
언젠간 아름다운 꽃 피우는 열매 맺는 날 있으리랴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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